거울 상자 속에서 열린 펜디 27 봄, 여름 쇼
키우리의 두 번째 레디 투 웨어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Maria Grazia Chiuri)의 두 번째 펜디(Fendi) 레디 투 웨어 쇼가 공개됐다. 1989년 펜디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디올에서 10년을 보낸 뒤 지난해 다시 펜디로 돌아온 키우리는 이번 시즌 첫 쇼보다 한결 힘을 푼 모습이었다. 쇼는 펜디 본사 안에 마련된 거울 상자 속에서 열렸다. 루치아노 파브로(Luciano Fabro)의 <거울 큐브>와 1970년대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은 세트는 양옆 벽과 바닥을 모두 거울로 채우고 천장에 격자형 조명을 촘촘히 달아, 모델이 걸을 때마다 그 모습이 사방으로 겹겹이 비쳤다. 관객의 모습까지 함께 비치며 비로소 완성되는 투명한 공간인 셈이다.
이번 시즌 키우리의 무드보드에는 이탈리아의 국민 디바 라파엘라 카라(Raffaella Carrà)가 걸렸고, 쇼 내내 흐른 그녀의 히트곡이 70년대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키우리는 요즘 패션이 브랜드 이야기뿐인 것 같다고 건조하게 꼬집으며, 몸과 그 몸을 드러내고 감추는 소재에 집중한 이번 컬렉션이 업계를 향한 일종의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언더웨어에서 출발한다. 다만 몸을 감추기보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속옷을 겉옷처럼 입히고 레이스와 자수를 겹겹이 쌓은 레이어드 실루엣이 컬렉션을 이끌었고, 하늘하늘한 슬립 드레스와 레이스 롬퍼가 로마 하우스에 관능적인 온도를 더했다. 첫 쇼에서 선보였던 화이트 턱시도 셔츠는 과감하게 잘려 하네스 톱이 됐고, 몸에 붙는 드레스 옆선에는 둥근 트임이, 레이스 드레스에는 깊게 파인 네크라인이 더해졌다. 폭넓은 컬러 팔레트와 화려한 비즈 장식이 룩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헤드 스카프와 프린지 백, 늘어뜨린 퍼 티펫, 포크풍 베스트는 라파엘라 카라의 70년대를 그대로 불러냈다. 여기에 새롭게 선보인 미니 사이즈 바게트 백까지. 거울 속에서 완성된 펜디의 란제리 룩, 위 슬라이드에서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