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사 바베트에게서 출발한 에르뎀 27 봄, 여름 컬렉션
공중그네 위의 여장 남자
지난 런던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에르뎀(Erdem)의 27 봄, 여름 쇼는 장소부터 달랐다. 에르뎀 모랄리오을루(Erdem Moralıoğlu)는 그동안 쇼를 열어온 대영박물관 대신 북런던의 라운드하우스를 택했고, 원형 런웨이는 이번 시즌의 주인공과 잘 어울렸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바베트(Barbette). 본명은 밴더 클라이드 브로드웨이(Vander Clyde Broadway), 텍사스 출신으로 1920년대 파리에서 아방가르드한 스타로 떠오른 공중그네 곡예사다. 그는 반짝이는 브라와 깃털 스커트 차림으로 무대에 섰고 장 콕토(Jean Cocteau)의 뮤즈이자 만 레이(Man Ray)의 모델이기도 했다. 화려한 여성 의상을 입고 곡예를 펼치다 공연이 끝나는 순간 가발을 벗어 남성임을 드러내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역사 속 인물에게서 컬렉션을 풀어내 온 에르뎀답게, 이번에도 그는 바베트가 여자도 남자도 되려 한 게 아니라 그 사이의 양성성 자체였다고 설명하며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컬렉션의 중심에 놓았다
그래서 옷은 두 개의 옷장이 부딪히는 모습에 가깝다. 크리스털을 촘촘히 박은 보디수트와 브라, 브리프, 레이스 슬립은 만 레이의 사진 속 바베트 의상을 떠올리게 하지만, 에르뎀은 그 위로 크롭트 턱시도 재킷과 그레이 니트, 남성적인 울 코트를 걸쳐 섬세함을 계속 흐트러뜨렸다. 에르뎀 특유의 로맨틱한 드레스도 빠지지 않았는데, 플로럴 패턴은 아래로 갈수록 프린지로 풀어지고 튤 드레스에는 크리스털과 꽃이 흘러내리듯 달렸다. 한쪽으로 정의되지 않고 끊임없이 모습을 바꿨던 바베트처럼, 아름다움의 또 다른 가능성을 펼쳐 보인 에르뎀의 이번 쇼 면면을 위 슬라이드에서 감상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