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2pt; color: #000000;"><strong>Editor Comment</strong></span></h1>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NFT, 메타버스 신드롬에 각종 정보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시간과 생각, 고민을 담은 보통의 이야기가 아닐까. 서적에도 트렌드가 있겠거니 하지만,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도 않은 채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책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사람, 사랑,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책 6권을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righ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2pt; color: #000000;"><strong>나만의 자유를 찾아서</strong></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0pt;"><strong>샹탈 토마스, 동문선</strong></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lef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5/16/03-475a2f40-fcf7-421d-b302-1a6ec1c6efe1.jpg">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제목만 보고 홀린 듯이 집어 든 이 책은 </span><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처음 눈에 보이는 작은 구절이 마음을 빼앗아 </span><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그렇게 또 홀린 듯이 읽었다. '19세기 수많은 인간의 권리들이 열거되지만… 그중 제법 중요한 두 가지가 읽혔는데 그것은 바로 '제 말을 스스로 부정할 권리'와 '떠나갈 권리'다. 우리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지만 결코 이 시대가 바라는 여행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며, 행복한 여행을 하기 위해 노력하며 여행을 행복하게 마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에 압박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여행의 정의는 사뭇 다르다. 여행이 꼭 행복과 결부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저자는 “관광은 절망적인 세계의 완전한 실현”이라고 말한다. 아무렇게나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진가들과, 아무 활동들과 아무 움직임들, 자본과 현실의 간극을 느끼는 여행의 순간에서 우리는 비극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관심 있게 바라보려 노력하지 말고, 사물을 있는 </span><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그대로 깊이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일. 즉, 여행은 ‘명상’이라 말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그저 #여행스타그램을 올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도록.</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righ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2pt; color: #000000;"><strong>녹천에는 똥이 많다</strong></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000000;">이창동, 문학과 지성사</span></strong></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lef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5/16/01-55e28621-e0bf-4d5d-8a1d-d053bf1433dc.jpg">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영화 &lt;버닝&gt;의 감독이자 &lt;욕망은 힘이다&gt; 소설가이기도 한 이창동의 &lt;녹천에는 똥이 많다&gt; 소설집은 주로 '욕망'을 다룬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욕망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것으로, 주로 자유에 대한 갈망, 사랑에 대한 욕망, 이전과는 다른 삶을 원하는 자들의 희망을 다룬다. 이창동 소설집에 수록된 내용들은 5개의 다른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모두 서로 다른 욕망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갈구하는 인간들에 대한 묘사를 자세하게, 그러나 해석하지 않은 채 그려냈다. 자유를 위해 운동하며 이리저리 숨어 지내다 형의 집에 몰래 들어온 서울대생 동생 ‘민우’를 본 '준식'은 동생을 바라보는 아내의 낯선 모습에 동생에게 이유 모를 시기와 박탈감을 느낀다. 그런 그는 경찰에게 넌지시 동생의 정보를 알려주고, 체포된 동생을 뒤로하고 도망치는데, 여기서 이창동은 '민우'나 '준식'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냥 묘사한다. 하지만 이창동의 그냥은 철저히 계산된 ‘그냥’이며, 그냥 쓰지 않은 ‘그냥’임을, 또 그의 ‘그냥’은 낱낱이 파헤친 자아이며 내면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righ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2pt; color: #000000;"><strong>물질적 삶</strong></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0pt;"><strong>마르그리트 뒤라스, 민음사</strong></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lef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5/16/02-f4d6c3cd-fd89-40ec-b6cb-f651fc04faad.jpg">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이 책에는 시작과 끝이 없고, 중간도 없다. 어느 책이든 존재 이유가 있다는 말이 맞다면, 이 책은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일기가 아니고, 신문에 연재되는 글도 아니다. 일상의 사건에서 벗어나 있다. 그냥, 읽는 책이다" 책 커버에 프린트된 본문의 내용을 가져왔다. &lt;물질적 삶&gt;의 저자,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프랑스에서 정치학과 법학을 공부한 작가로, 그의 글은 매섭다고 할 수 있다. &lt;물질적 삶&gt; 역시 특정 계층에 정지하지 않고 일부 감정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중립적인, 그의 곤고한 글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에 대해서 말하지만, 사랑을 직접 말하지 않고, 사랑 주변에 우리가 차마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말한달까. 남성 편향의 글도 아니고, 여성 우월주의의 글도 아니다. "남자들은 글 쓰는 여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낯선 땅이다. 이제 당신은 전부 다 안다.”라고 말하는 그는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는 일이 얼마나 웅장한 일인지 알고 있다.</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righ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2pt; color: #000000;"><strong>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strong></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0pt;"><strong>이문열, 자유문학사</strong></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lef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5/16/05-de5f9bcb-633c-44e8-abed-65b17f8a1465.jpg">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故 강수연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lt;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gt;의 원작인 이 소설은 1988년 초판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면서 지독한 사랑을 말한다. “그럼 이만 총총”이라고 편지를 마무리하는 주인공, 명문대 영문과 대학생 ‘윤주’에게 같은 대학교 법대생인 ‘형빈’은 첫눈에 반한다. 어쩌면 뻔한 설정이라고 느껴질 수 있으나 작가 이문열은 그 순간의 감정을 세 페이지 혹은 그 이상으로 펼쳐낸다. 1분이 1시간, 하루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감정을 이문열은 신적으로 알아내 광적으로 표현했다. 집안의 모든 기대를 받는 ‘형빈’에게 ‘윤주’의 존재는 ‘추락’이다. 사랑하는 삶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지독하게 파헤치는 작가의 서술법은 신적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열정에서 시작된 사랑이 집요함이 되고, 결국 광기로 전락하게 될 때 과연 그것마저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사랑인가? 이문열의 연애소설은 답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계속 자신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쓰인 것처럼 끝없는 질문들을 자아낸다. 어떤 관계가 어떤 이의 행동, 생각, 미래와 죽음까지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3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의 고전 연애소설이지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스토리다.</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righ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2pt; color: #000000;"><strong>팡세</strong></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0pt;"><strong>파스칼, 민음사</strong></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lef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5/16/04-f1fae73d-18d7-4d4b-a66c-c322d5ccf926.jpg">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우리는 한낱 갈대에 불과하지만, 생각할 수 있음에 우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파스칼. 그에게는 매번 인간이 있고, 사유가 스며 들어있다. 사유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목적이라고도 말할 만큼 사유하는 인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의 &lt;팡세&gt;는 말 그대로 철학서다. 피상적인 스토리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인과 없이 각각 분리된 1000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어 법전을 읽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고전적 이론이 주는 가르침은 소설과 에세이가 주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소설과 에세이는 책을 우리에 비추지만, 이론서는 우리를 책에 비추어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뭔지, 가족이 뭔지, 친구가 뭔지, 도시가 뭔지, 집이 뭔지, 이런 근원적인 문제들을 다시 곱씹어 보고,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하는 그. "모든 사람은 언젠가 깨지고 부서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랑이라도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특별하다" 이 문장에서 ‘순간’은 ‘사랑하는 순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거다. 모든 순간은 언젠가 사라지고 잊히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순간은 특별하다는 것. 고전 속 파스칼은 현대의 우리에게 새로운 위로를 건넨다.</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righ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4pt; color: #000000;"><strong>떨어져도 튀는 공처럼</strong></span></p>

<p style="text-align: center;"><span style="font-size: 10pt;"><strong>정현종, 문학과 지성사</strong></span></p>

<div style="width: 100%; height: 20px; padding: 6px 0; box-sizing: border-box;">
<div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3%; height: 3px; position: absolute; left: 0; background-color: #000;">
&nbsp;

</div>
</div>
<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5/16/06-771e39e9-71fb-4a93-af48-e74fc677386e.jpg">

<p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font-size: 10pt; color: #7e8c8d;">정현종의 시는 고통을 말하는 동시에 기쁨을 말하고, 즐거움을 말하며 고독과 외로움을 같이 담는다. “시는 우리의 현재를 탈환하고 회복합니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는 우리의 삶을 재정비할 시간을 부여하고 다시 회복하고 탈환하는 데에 적잖은 동기를 부여한다. 본인의 삶을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간은 보장된 성장은 아니어도 퇴보하지는 않으니까. 정현종은 몇 번이고 떨어진다. 몇 번이고 추락하고 넘어진다. 계속 부딪치고 망가진다. 하지만 그의 시는 고무공처럼 일어나고, 튀어 오른다. 애초에 떨어지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그의 시는 매번 추락하지만 상승한다. 공은 혼자서는 상승하지 못하기에 떨어져야만 상승하고 튀어 오를 수 있다. 공에게 중력은 추락의 변명이 아닌 성장과 상승의 도구다. 이 시의 제목처럼 우리의 추락을 상승의 이유라고 넌지시 말하는 정현종은 사회와의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그와의 합일을 지향한다.</span></p>

<p style="text-align: right;"><span style="font-size: 8pt;"><strong>By eyesmag supporters 이정욱</strong></span></p>



사람, 사랑, 삶을 이야기하는 책 추천 6

내가 좋아할 만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