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갤러리는 물론 감성 그득한 여러 숍 곳곳에서 조용히 빛을 발하던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 본연의 기능을 톡톡히 해내는 것은 물론 감각적인 패키지가 불러오는 시각적 즐거움 덕에 이솝은 어느새 우리 일상의 자릴 꿰찼다. 이들이 꽤나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영역에 있어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견고한 철학이 있기 때문. 까다로운 한 미용사의 손길에서 탄생한 이솝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모든 이야기를 아래에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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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곡선의 갈색 유리 병과 세심한 감각이 곳곳에 묻어있는 매장, 안팎으로 그윽하게 풍겨오는 아로마 향.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세 가지 요소다. 확고한 아이덴티티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이솝의 첫 시작은 멜버른의 한 미용실. 이야기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는 ‘아마데일 헤어살롱’이라는 작은 규모의 미용실을 차렸다.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헤어 제품은 까다롭기로 정평난 그의 성에 차지 않았고 직접 미국과 호주를 오가며 유기농 제품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맨 처음 개발한 것은 기존 염색제에 에센셜 오일을 첨가한 헤어 제품. 이를 시작으로 바디, 페이셜, 핸드 등으로 라인을 확장해나갔고 간결하지만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제품들을 제공하겠다는 일념 하에 1987년, 브랜드 이솝을 탄생시켰다.

이솝이 30년 넘도록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확고한 브랜드 철학에 있다. 이들은 소비자의 건강한 삶과 피부 균형을 위해 견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식물성 재료와 과학적으로 입증된 안전한 원료, 수만 번의 연구 끝에 도출해낸 최상의 성분 배합을 고수하는 ‘이유 있는 고집’이 지금의 이솝을 만들어낸 근간이자 원동력이다.

이솝은 매끈한 피부와 확실한 안티에이징 효과 등 터무니없는 약속은 함부로 내걸지 않는다. 건강한 삶과 피부의 균형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호들갑스러운 마케팅 전략을 펼쳐내지도 않는다. 유명한 셀레브리티를 앞세운 광고 역시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솝이 택한 길은 과장된 약속 대신 가진 만큼만 보여주는 것. 단단하고도 일관된 메시지를 특유의 패키지와 공간에 담아냈으며 이 또렷한 정체성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 한편에 스며들었다.

브랜드 철학이 담긴 감각적인 패키지

이솝은 30여 년 전부터 지속가능성을 실천해 온 보기 드문 브랜드다. 갈색병과 투박한 종이 박스 역시 이들의 신념을 철저하게 담아낸 결과물. 갈색 유리병은 재활용된 원료로 제작됐으며 자외선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하기 때문에 방부제가 최소한으로 사용된다. 포장 박스 또한 100% 재활용 가능한 파이버보드로 만들어지며 일회용 쇼핑백 대신 페이퍼 백과 패브릭 주머니를, 모든 인쇄물은 콩기름 잉크로 제작하는 등. 화려한 포장이 아닌 실용적이고 미니멀한 패키지를 빌어 오로지 제품에만 집중을 쏟을 수 있도록 했다. 쉽게 정리하자면 환경을 지키고 최상의 제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이들의 열망이 곧 이솝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것.

진정성 있는 소통의 창구, 이솝 스토어

이솝의 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들의 철학이 투영된 장소이자 고객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한 창구. 도시마다 지역의 문화를 반영해 매장을 연출하고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전문 지식을 갖춘 컨설턴트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와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곳. 결국 이솝 스토어는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인 셈.

[cycloneslider id="8957"] 이솝이 추구하는 또 다른 아름다움, 지성

짤막한 이야기 안에 깊은 교훈을 담아내는 이솝 우화. 이솝의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 역시 이솝 우화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브랜드 이미지뿐만 아니라 매장과 제품 곳곳에 유명한 격언들을 새겨 넣는다는 점. 여기에 매월 다양한 장르를 주제로 선보이고 있는 먼슬리 뉴스레터 ‘더 렛저’까지.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지하고, 전하고자 하는 이솝의 매력을 덧입히는 요소들이다.

이솝 매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한눈에 들어오는 시그니처 갈색병. 뭇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는 시각적 효과를 톡톡히 누림은 분명하지만, 제품에 대한 사전 정보를 모르고 갔을 때 비슷하게 생긴 갈색병은 분간이 어려워 혼란을 주기도 한다. 테싯 향수와 아로마틱 핸드 밤 등 이솝의 대표 제품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여타 브랜드 못지않게 클렌저, 쉐이빙, 선 케어 등 기본적인 스킨케어 라인부터 아로마 블렌드와 홈 케어까지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스테디셀러 제품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와 이런 것도 있었어 하는 숨겨진 제품까지 아래에서 샅샅이 파헤쳐 봤다.

[cycloneslider id="8894"] 스킨케어

클렌저, 마스크, 토너, 하이드레이터, 립앤아이, 쉐이빙, 선케어 등 가장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된 스킨케어 카테고리. 식물성 재료와 과학적으로 검증된 원료만을 고집하는 코스메틱 브랜드답게 가장 민감한 얼굴에 직접적으로 닿는 제품은 피부의 손상과 노화를 막아주는 항산화 작용에 주목한다. 판테놀, 토코페롤, 니아신아미드, 비타민 C 등이 함유돼 있어 현대인들이 불가피하게 접하는 환경오염과 자외선, 스트레스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고 장벽을 강화해 주는 등 컨디셔닝 효과에 탁월하다고. 이 중에서도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파슬리 씨드 안티옥시던트’ 라인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원하는 끈적임 없는 산뜻한 흡수감은 물론이고 토너부터 페이셜 트리트먼트, 아이 세럼, 아이 크림, 하이드레이팅 크림까지 폭넓은 라인을 갖추고 있기도. 처음부터 파슬리 씨드를 전 루틴으로 구성하기는 어려울 테니, 입문자라면 이솝이 추천하는 페이셜 트리트먼트와 하이드레이터의 조합을 추천한다. 세안 후 토너로 정돈한 다음, 하이드레이터를 2회 펌핑하고 페이셜 트리트먼트 3방울을 떨어트려 블렌딩해 마사지하면 개운하고 시원한 마무리감은 물론 다음날 깨끗하고 영양 가득한 피부 상태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헤어

전 세계 파크 하얏트부터 유럽 곳곳의 부티크 호텔에서 고정 어메니티로 사용되는 이솝 헤어 제품. 이솝의 헤어 클렌징은 청결하고 건강한 두피, 잘 관리된 모발 두 가지 철학을 바탕으로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며 스킨케어 라인과 동일하게 모발 타입에 따라 분류돼있어 개개인에 맞는 니즈를 충족시켜준다. 베이직한 '클래식 라인'부터 염색 모발을 위한 '컬러 프로텍션 라인', 풍성한 볼륨감을 위한 '볼류마이징 라인', 민감한 두피를 위한 '카밍 라인', 컨디셔닝 효과가 필요한 헤어를 위한 '너처링 라인' 총 5가지의 구성. 이솝의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쓴다는 건 특유의 향이 좋아서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실 사용자를 살펴보면 두피가 시원해지는 개운한 클렌징감을 첫째 이유로 꼽는 이들이 많다. 브랜드의 초기 창립 제품이 헤어 라인이었던 만큼 기능성에 충실했을 터. 클렌징 제품 외에도 부드러운 광택을 더해주는 하이드레이팅 오일이나 스타일링을 도와주는 헤어 밤도 구성돼있으니 참고할 것.

[cycloneslider id="8895"] 바디 & 핸드

부담 없이 선물하기 좋아 가장 잘 알려진 바디 & 핸드 라인. 핸드 워시, 핸드 밤, 데오도란트로 구성됐으며 밤 제품은 시그니처 갈색병을 고수했던 다른 제품군과는 달리 고유 향기의 무드를 담은 다채로운 패키지 컬러가 눈에 띈다. 옅은 코랄 컬러의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 밤'은 부드러운 로즈마리향을 풍기며 짙은 풀색 컬러의 '제라늄 리프 바디 밤'은 허브의 상쾌하고 청량한 향과 만다린의 시트러스한 향이 나는 식. 밤 제품은 핸드와 바디로 나눠져있긴 하지만 둘 다 끈적임 없이 꾸덕한 제형으로, 구분 없이 사용해도 무방하다. 패키지가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돼 사용감에 따라 유화 물감처럼 자연스럽게 구겨지는 형태가 매력 포인트. 이외에도 이솝의 바디, 스킨케어와 잘 어울리는 남녀 공용 데오도란트도 롤 온과 스프레이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cycloneslider id="8896"] 향수 & 블렌드

이솝 향수 라인은 가장 처음 출시된 ‘마라케시’를 시작으로 ‘테싯’과 ‘휠’ 그리고 올해 4월에 출시된 ‘로즈’까지 총 4가지. 전반적으로 제품 모두 이국적이고 스파이시한 고유의 향을 기반으로 한 만큼 은은하게 피부 본연의 냄새처럼 남는 잔향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마라케시는 모로코에서 영감받아 오리엔탈을 알싸한 향으로 재현한 향수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향수이자 네 제품 중 유일하게 지속력이 더 강한 오 드 퍼퓸까지 2라인으로 구성됐다. 특이점이라 한다면 출시 순서대로 향료가 더 많이 첨가되고 가격도 함께 올랐다는 점. 비교 분석해 놓은 텍스트로 접하기보다는 직접 시향하고 그 후에 풍기는 잔향까지 충분히 체험해본 후 선택하길 추천한다. 몸에 직접 뿌리는 향수가 부담스럽거나 공간 전체에 은은하게 그 향이 퍼지길 원한다면 오일 버너를 활용한 블렌드와 룸 스프레이로 눈을 돌려보자. 이솝의 첫 번째 홈 케어 오브제인 브라스 소재의 오일 버너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제격.

[cycloneslider id="8926"] 번외

포스트 푸 드롭스 ㅣ이름 그대로 볼일을 보고 난 직후 사용하는 탈취제. 사용법은 간단하다. 변기 물을 내리고 세 방울 정도 떨어뜨리면 악취가 사라지고 이솝 특유의 상쾌한 시트러스 아로마 향이 남는다. 꼭 변기가 아니더라도 세면대나 냄새가 나는 곳에 뿌려도 무방한 제품. 덤으로 소독과 살균 효능도 지녔다고 하니 선물용으로 좋을 듯하다. 100ml, 3만 1천 원.

애니멀 ㅣ 사람보다 더 여린 애완동물의 피부와 털을 세정해 주는 바디클렌저. 후각이 예민한 강아지를 위해 발향이 강하진 않지만 레몬과 티트리, 민트 리프 등이 첨가돼 이솝 특유의 은은한 허브 향과 상큼한 레몬 향을 느껴볼 수 있다. 실제로 사용 가이드에 '동물 혹은 털이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고 기재돼있을 만큼 성분에 있어서도 믿을만한 제품. 500ml, 5만 원.

어라이벌 트래블 키트 ㅣ 대표적인 이솝 헤어 및 바디 제품으로 구성된 여행 키트. 여행 중 이동으로 피곤한 시간을 보냈을 때 마음과 감각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샴푸, 트리트먼트, 바디클렌저, 바디밤 등으로 꾸러져있다. 꼭 여행용이 아니더라도 이솝의 기초 라인을 체험해보고 싶었던 이들에게도 제격. 제품의 종류는 매년 테마에 따라 변경되니 참고하자. 50ml *4, 4만 원.

모로칸 네롤리 쉐이빙 듀엣 ㅣ 면도한 피부를 진정시켜 수분을 공급하고 부드럽게 가꿔주는 제품 2종. 쉐이빙을 위한 거품 내기용 '모로칸 네롤리 쉐이빙 세럼'과 진정작용을 해주는 부드러운 '모로칸 네롤리 포스트 쉐이브 로션'으로 구성돼있다. 두 제품 모두 보태니컬 추출물이 함유돼 면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부드러운 텍스처를 느껴볼 수 있을 것. 60ml*2, 10만 원.

이솝의 차별성은 단순히 상품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23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이솝 스토어는 단순히 판매 장소가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이솝 매장은 하나하나 흥미롭다. 마치 도시의 일부를 포함한 듯, 각 스토어마다 다른 인테리어가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하기 때문. 건축가와 아티스트들은 주변의 문화와 환경을 고려해 이를 자연스레 접목하고, 지역과 연관성 있는 요소를 활용해 가치를 표현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비록 외관은 각각의 색깔을 담은 반면 내부에는 유기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 가령 온도, 조명, 향, 소리는 물론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는 방식까지 전 세계 어느 매장을 방문하여도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저마다 다르게 채워진 공간 속 이솝만의 올곧은 취향이랄까. 각 지역에 맞춰 특색 있게 구성된 이솝의 시그니처 스토어. 그중 이솝의 철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6곳을 소개한다.

모든 매장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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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가 디렉팅한 이솝 로마 스토어. 감각적인 비주얼로 저명한 감독답게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조화는 그의 영화에 스며 나오는 감성이 투영됐다. 로마 중심부에 위치한 매장은 이곳에 보기 드문 전자제품 가게가 있던 좁은 공간으로, 현재는 이전의 설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터를 조성했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1950년대, 도시와 시골 사이, 사라져버린 고대 로마의 미학에 매료되고, 1967년 영화 <오이디푸스 왕>에서 영감받아 오래된 건물의 재료와 색상 팔레트를 기초로 활용했다고. 거친 돌과 장밋빛 대리석, 목재, 짚 등을 사용해 도시의 고대 건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인근 산 로렌초(San Lorenzo) 대성당의 인테리어에 경의를 표하고자 짙은 회색과 미색의 마름모 패턴의 석회 바닥 타일을 깔고 천장의 짚은 로마 외곽의 폰티네 습지대에 있는 초가 기붕을 모방했다. 지역적 특성은 물론, 뚜렷한 현대적 요소와 루카 구아다니노의 섬세한 예술성이 어우러져 완성된 곳.

Aesop San Lorenzo in Lucina Piazza di San Lorenzo in Lucina, 28, 00186 Rome, Italy [cycloneslider id="8898"] 일본 교토

오가타 신이치로(Shinichiro Ogata)가 이끄는 심플리시티(SIMPLICITY)와의 협업 중 한 곳인 교토점. ‘형태’보단 ‘분위기’를 중시하는 그와 이솝 역시 일관된 ‘분위기’를 전달하는 브랜드답게 이들은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일본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움을 현대에 표현하고자 한 오가타 신이치로. 크리스탈 파사드의 깨끗한 외관이 돋보이는 매장은 큰 창문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가장 먼저 입구 골동품 물 펌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곳곳에 있는 이러한 오브제는 모던한 디자인에서 교토의 중요한 유산을 상기시켜주는 요인. 보통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곧장 내부가 있기 마련이지만, 교토점은 회랑을 지나야만 메인 공간을 마주할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흑백의 대조가 두드러진 전체 인테리어는 검은색 메쉬 베일로 내부를 분리시키고, 원근감, 빛과 어둠에 따라 주변 환경을 보여준다. 그 뒤로는 이솝 갈색병들이 수 놓이듯 일렬로 매달려있는데, 이는 세로쓰기를 하는 일본 문화와 서예에서 영감받은 것이라고. 여타 소품 없이 이솝 제품으로 온전히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는 ‘충분함’과 동시에 빛에 따라 온전한 갈색과 검은색으로 변하는 미묘한 대비는 교토의 감각과 정신을 내비친다.

Aesop Kyoto 97 Aburayacho Sanjo, Nakagyo-ku Kyoto 604-8103 [cycloneslider id="8899"] 영국 바스

영국 외곽에 위치한 소도시 바스. 로마시대부터 온천 목욕탕으로 유명했던 이 매장은 도시 성격처럼 독특한 색감의 석재로 설계됐다. 옛 신발 가게에서 따뜻한 컬러감이 도는 바스 스톤으로 새롭게 복원하고, 동시에 현대적인 미학을 투영해 완성된 공간. 마치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실내는 건물 아래층에서 발견된 거친 돌의 파편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였으며, 석재 조각과 동일한 원료의 돌을 가공해 만들어진 세면대와 바닥은 근처 성당에서 구한 백색 톤의 타일로 마무리됐다. 특히, 이곳의 주목할 점은 위층에 형성된 독특한 라이브러리. 낡은 목재 테이블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적들이 구비된 공간은 역사성이 짙은 도시의 낡은 집 속 숨겨진 서재 같이 고요한 분위기로 이솝만의 브랜드 철학을 온전히 구현했다.

Aesop Bath 16 New Bond Street Bath, BA1 1BA [cycloneslider id="8900"] 독일 베를린

독일 최초의 시그니처 스토어는 수도 베를린의 미테(Mitte), 즉 중심부에 위치했다. 분단 시절 동독과 서독을 연결하는 두 개의 자치구 중 하나인 이 거리는 20세기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이자 저항의 분위기로 가득했던 곳. 지역 건축가와 협력해 베를린의 역사성과 바우하우스 및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한 디자인은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추상적인 단색 캔버스에서 영감받아 싱그러운 녹색 팔레트로 실내를 장식했다. 곳곳에 보이는 독일 오크 나무와 식물로 자연적인 무드를 선사하며, 베를린의 알렉산더 광장을 연상시키는 거친 콘크리트 타일의 천장과 벽, 바닥은 마치 숲속 숨겨진 공터의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또한 1950년대 농장에서 회수한 오래된 세면대는 20세기 초 낙농장으로 문화유산에 등재된 건물의 특성을 연결하는 바. 도시와 자연의 아름다움과 실용주의의 교집합을 명확하고 아름답게 담아냈다.

Aesop Mitte Alte Schonhauser Strasse 48 10119 Berlin [cycloneslider id="8901"] 미국 뉴욕

미국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에는 독특한 외관의 이솝 매장이 있다. 드라이 클리너의 간판을 내건 이곳은 원래 뉴욕에서 활동하는 Tacklebox 아키텍처의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사업체. 소유주가 공간을 양도하기로 결정한 후 이솝과 함께 공간을 재구성해 지금의 스토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지역 랜드마크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주거 공간 속 위치한 곳이었기에 외관과 간판을 그대로 보존하고 최소한의 미학을 유지하고자 정비됐다. 모든 벽과 가구, 장식 요소는 가공된 소나무 합판을 사용해 수직으로 늘어져 있으며, 제품을 진열하는 선반은 마치 뒤집힌 옷걸이 모양을 연상케 해 재미를 더한 모습. 더불어 옅은 회색 타일의 바닥과 흰색 벽과 천장은 깨끗한 분위기를 선사할뿐더러 독립되어 있는 빈티지한 싱크는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Aesop Upper West Side 219 Columbus Avenue, New York, NY 10023 [cycloneslider id="8902"] 대한민국 서울

2014년 가장 먼저 설립된 가로수길 지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곳곳에도 어느덧 13개의 시그니처 매장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 오픈한 9번째 시그니처 스토어 사운즈 한남점. 한국 전통 가마에서 영감받은 이곳은 한남동의 좁다란 골목과 언덕으로 이어진 터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을 건축한 MLKK 스튜디오는 인근 건축물의 소재에서 차가움을 느껴, ‘따뜻함’을 컨셉으로 흙의 질감을 살리고 적벽돌을 쌓아 올려 외관을 완성하였다고. 작은 문과 대조되는 큰 창, 반원형의 망댕이 가마를 연상시키는 아치형 벽면은 마치 하나의 회랑을 떠올리는 듯 신비로움을 간직했다. 간결한 디자인과 동선, 전통적 모티브는 한국적이면서 또 다채롭고 이국적인 한남동의 완벽한 조화. 이 공간의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전 세계 매장 중 엄선된 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페이셜 트리트먼트 전용 룸이 한국 최초로 마련되었다는 것.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안락한 공간에서 제공받는 특별한 경험은 흙과 따뜻한 색감, 향기가 어우러져 피부 케어를 넘어 이솝만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Aesop Sounds Hannam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35

이솝은 이처럼 단순하고 명확하다. 호주의 작은 미용실에서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브랜드가 되기까지. 매월, 때로는 매주 신상품으로 출시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이들은 확고한 철학 하에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제품에 대한 진중함을 선보인다. 아마 제품을 다 쓴 뒤에도 그 가치가 묻어나는 브랜드를 손꼽자면 이솝이 대표적일 터. 작고 감각적으로 디자인된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이솝에 대한 호기심이 감동으로 변하는 데에는 짧은 시간이면 충분하다. 거두절미하고, 수많은 브랜드 속 타협하지 않는 이솝의 올곧음과 진정성에 대해 더욱 알고 싶다면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한 시그니처 스토어에 방문해보길 바란다. 좋은 제품을 아름다운 공간에서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이 이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테니.

[A to Z] 이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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