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술. 그래서인지 술은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가 넘나드는 영화와 제법 잘 어울린다. 다채로운 스토리를 담아내는 영화에는 수많은 술과 음주 장면이 등장한다. 때론 주인공을 위로하기도 하며,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할뿐더러 신에 빠질 수 없는 조연 역할까지. 이번 주말에는 영화 보기 전, 아래 술을 꺼내둔 뒤 감상의 재미를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종을 막론하고 보다 보면 절로 한 잔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 더불어 '선데이 치즈볼'과 함께라면 맛은 더 배가될 테니, 이만하면 영화를 즐길 준비는 충분하다.

위스키

<소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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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가사도우미 ‘미소’. 취향을 포기한다고 안락한 삶을 꿈꿀 수도 없기에, 그녀는 그저 좋아하는 것들을 누리며 산다. 월세가 오르자 집을 포기하고 떠돌이 신세로 오래전 친구들의 집을 전전한다. 그들의 집은 천차만별이지만, 과연 집이 있다고 행복할까. 안락한 보금자리가 없음에도, 궁핍함을 부끄러워하지도 열등감을 내비치지도 않으며,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미소의 긍정적인 태도. 다소 현실감이 결여될지언정, 자신의 선택만 확고하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그녀의 삶을 위로하는 데에는 위스키만 한 것은 없을 터. 미소는 싱글몰트 위스키 바에서 '글렌피딕' 한 잔을 주문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생산된 '글렌피딕'은 가볍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컬렉션 중 가장 많이 사랑받는 시리즈는 글렌피딕 15년. 산뜻한 향신료와 꿀, 풍부한 과일의 풍미가 어우러졌으며, 세련된 패키지로 소장 욕구가 높다.

맥주

<19곰 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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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곰 인형이 등장하지만 '19금'이 가진 은밀한 뉘앙스를 '19곰'으로 바꾼 기발한 타이틀처럼, 알고 보면 에로틱한 요소가 다분한 영화. 미국식 성인용 코미디에 충실하면서 유쾌한 매력을 갖춘 작품은 어린 시절 왕따였던 존이 친구를 달라는 소원을 빈 뒤 곰 인형 테드가 생명을 얻게 된다. 순수한 외모와 달리 술, 담배, 대마초를 가까이하며 30대 남성과 같은 정신세계를 지닌 테드. 유년시절의 추억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테드와 오래된 연인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사건들. 수위를 넘나드는 욕과 성적인 대사가 난무하지만, 발칙한 장면들 속에는 두 남자의 진한 우정을 엿볼 수 있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를 볼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아마 맥주이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하루 종일 맥주를 손에 놓지 않는 테드를 보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맥주를 꺼내들 테니. 소파에 앉아 맥주와 치즈볼을 함께 먹으며 킬링타임 영화 한 편이면 이보다 완벽한 주말이 있을까.

압생트

<토탈 이클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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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와 폴 베를렌(Paul Verlaine)의 실제 스캔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정신적·육체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 영화는 자유로운 방랑자의 삶을 꿈꾼 랭보와 그런 소년을 한없이 동경하며 함께하고자 했던 베를렌이 주고받았던 편지와 시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동성애가 죄악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기에, 위험한 사랑을 해야만 하는 그들. 시적 천재성과 광적인 영감을 배경으로 애정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연출되며, 금지된 사랑은 결국 아픔과 파멸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영화 타이틀의 뜻인 '개기일식'처럼 짧고 강렬했던 관계. 시인이 주인공인만큼 주옥같은 대사들에 완벽한 랭보를 보여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의 명연기까지 짙은 잔향을 선사한다.

랭보는 압생트(Absinthe)를 이렇게 표현했다. '푸른빛 도는 술이 가져다주는 취기야말로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한 옷이요' 빈센트 반 고흐, 드가, 피카소 등 당대 프랑스 예술가들이 가장 사랑했던 술이자, 저주의 음료라 불릴 만큼 중독성 있는 압생트. 주로 전용 숟가락에 각설탕을 올린 뒤 물에 희석해 마시며, 환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금지되었으나 현재는 자유로이 판매되고 있다.

소주

<내 머리 속의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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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라는 멜로 영화사의 길이 남을 명대사를 낳은 작품. 유달리 건망증이 심한 수진과 우연히 그녀를 만난 철수. 두 남녀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으로 점점 철수를 잊어가 슬픈 사랑의 결말을 예상하게 한다. 흔한 클리셰가 가득해 뻔하지만, 결코 지겹지 않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가슴 시린 사랑의 단면을 찬란히 그려낸 스토리. 지금까지 회자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명작으로, 두 배우의 애틋한 연기는 스크린을 넘어 절절히 다가온다.

한국 영화·드라마의 단골로 등장하는 소주는 주요 장면에 톡톡한 감초 역할을 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하면 떠오르는 포장마차의 소주 신도 그러할 터. 이 영화를 보면 왠지 모르게 소주 한 잔이 자연스레 생각난다.

사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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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경험해보지 낯선 곳에 홀로 있다 보면 외로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처음 일본을 머물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광고 촬영차 일본에 방문한 영화배우 '밥'과 남편을 따라 여행 온 '샬롯'. 타국에서 느껴지는 소외감으로 지쳐간 이들은 서로에게 공감하며 어울린다. 낯설어하는 이방인들이 얽혀 잔잔한 물결이 이는 듯한 흐름. 언어도 문화도 모르는 그들의 감정은 사랑보단 동질감에 가깝다. 무료함 속 자연스레 발전하는 둘의 관계는 서로에게 위로이자 새로운 자극이었기에, 매혹적인 동시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도쿄에 '산토리 위스키' 광고를 찍으러 왔다는 남자 주인공의 설정으로, 극 중에는 '산토리 위스키'를 포함해 사케 등 일본 술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또한 영화의 배경이었던 신주쿠 파크 하얏트 호텔. 52층에 위치한 호텔 뉴욕바에는 영화를 기념으로 한 L.I.T 칵테일이 판매 중이라고.

막걸리 + 사이다

<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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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6일,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 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의 두 번째 만남으로 기대감을 모은 작품은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의 이병헌을 중심으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과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과열된 '충성 경쟁'을 담담히 그려냈다.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실제의 사건을 배경으로 하되, 픽션의 성격이 강조된 이야기. 긴박하게 이어나는 흐름 속 세밀한 감정 묘사로 긴장감을 높였으며,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공간들을 스크린에 구현하고자 미국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의 배경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이 영화를 본 뒤에는 '막사가 당긴다'라는 감상 후기가 종종 있다. 그럴 만도 한 게, 주전자에 막걸리와 사이다를 3분의 1씩 넣으며 "이게 막걸리와 사이다의 비율이 중요해"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 영화 속 불편한 분위기를 완화하는 데 일조한 막사처럼, 막걸리와 사이다의 조합은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에 즐겨 마시기 좋아 마니아층도 상당하다. 오죽하면 '이통일반', 막걸리 2통에 사이다 1병이 황금비율이란 말도 생겨났을까.

＊ <선데이 라이언> Ep. 8은 6월 4일 찾아옵니다.

<선데이 라이언> Ep.7 술 한 잔에 영화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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